다년간의 식문화 연구를 통해 터득한 음식들의 문화와 역사들 중 열두 가지 음식을 추려 저술한 책이다. 작게는 한국과 중국 등 각 나라의 전통음식이 있고, 더 나아가서는 짜장면과 같이 여러 나라를 거쳐 생긴 퓨전 음식과 전통음식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애매한 냉면과 아이스크림과 같은 신종 식품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있다.
등장하는 음식들은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첫 단원을 장식하는 라면부터 아이스크림, 떡국과 짜장면 등 일상 속에서 충분히 만나볼 수 있는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음식들의 역사는 완전히 새로운 지식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꼬부랑국수에서부터 시작하여 라면이라는 명칭이 붙은 줄 알았던 라면이 사실 라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국민에게 생소한 단어이기에 익숙한 꼬부랑국수로 바꿔 판매했다는 일화와, 막연하게 전주에서부터 유행했겠거니 했던 전주비빔밥이 사실은 전주의 지명을 빌려 서울에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거나 하는 새로운 사실들을 통해 독자가 알던 상식을 파괴하며, 그에서부터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주고 있다.
아쉬웠던 점을 꼽아 보자면, 각 챕터별 재미의 편차가 심한 편이다. 저자가 직접 취재한 음식들에 관한 챕터의 경우 현장에서 있었던 일화들과 작가의 경험들이 섞여 재미와 유익함을 모두 잡은 반면, 논문 혹은 사료를 통해서만 접근한 챕터의 경우 유익하기는 하지만 재미가 떨어져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접하기 힘든 오래된 사료들을 현대의 언어로 해석하여 서술해 주는 방식이 그 음식의 맛을 떠올려보는 등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가 전반적으로 상식이라고 당연시해왔던 음식 관련 지식들을 탄탄한 근거자료들을 통해 깨버리며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는 유익한 교양서적이었다. 몇몇 챕터의 경우 난해한 자료들이 내용을 모두 차지했다는 점이 약간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인 인상은 재미있게 남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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