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29 인어가 잠든 집 오랜만에 깊게 남은 소설을 읽게 되었다. 뇌사 상태인 딸이 진정으로 "죽었는가"에 대한 인물들의 생각 차이를 중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진정한 죽음이 무엇인가 라는 평소 깊게 생각해 보지 못한 주제를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책. 딸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어머니, 현실적으로 사망 상태임을 인정하는 주변 인물,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바뀌는 또 다른 등장인물 모두의 입장이 이해되기에, 딸의 육체적인 생기만을 붙여놓고 결정을 미루게 되는 주인공들의 심정이 무척 공감된다. 더보기> 스포일러기술은 있지만 기적은 없다. 여러 판타지적 작품을 써 온 작가답게, 혹은 수많은 히트작을 써내려 간 작가답게 뇌사 상태인 딸이 마치 잠든 것처럼 보이도록 돕는,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여러.. 2024. 7. 13. 살인 현장은 구름 위 이야기의 주인공은 추리 담당 A코, 분위기 담당 B코라는 승무원 콤비이다. 비행기 혹은 공항 주변 위주로 사건이 발생하고, 이 둘이 (보통 경찰과 함께) 사건을 추리하며 해결에 다다르는 방식.추리 소설이라는 근본을 지키는 A코와, 사건들로 인해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는 B코의 호흡이 극의 긴장감과 재미를 모두 끌어올린다. 이에 더해, 옴니버스식으로 짧게 짧게 진행되는 사건들 덕분에, 템포가 떨어지지 않아 읽기에 아주 좋았다. 국내 발매일이 2019년으로 되어 있길래, 작가님이 숏폼 유행에 맞추어 짧게짧게 끊어 쓴 소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1990년대 발매되어 2019년에 번역된 책. 하지만 읽으면서 시대상에 따른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정도로 깔끔하고, 재.. 2024. 7. 1. 블라인드 사이트 SF 소설계의 대표 상 중 하나인 성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같은 수상작인 마션이나, 삼체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에 고른 소설이다. 하지만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나 보다. 수많은 전문 용어들의 난립은 처음부터 소설의 몰입을 방해한다. 근미래를 다루는 배경은 그 근미래 사회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힘든데, 당연하게도 그 지식은 작가만이 가지고 있으니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책의 1/3 지점을 넘어갈 때까지 알 수 없었다. 더불어, 등장인물 개개인이 지나친 개성을 가지고 있기에, 각 등장인물을 이해하고 이야기에 빠져들 수 없었던 아쉬움이 남는다. 이야기의 전개 또한 주인공인 시리의 시점에서 현재와 회상을 반복하는데 역시 몰입을 방해하는 하나의 요소였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었던 이유는 이야기 중반.. 2024. 5. 28. 편지 오랜만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가족이 겪는 일을 다룬 특이한 주제. 읽는 내내 주인공의 꼬여가는 인생에 답답함과 우울함이 가득했다. 강도살인으로 복역하는 형을 둔 주인공의 주변 인물은, 대부분의 싸구려 소설이 그렇듯 악의로 가득 차 있지 않다. 오히려, 지극히 현실 속 사람들처럼 나름의 배려와 이해심을 가지고 주인공을 대한다. 역설적으로 그런 태도에서 느껴지는 현실과 역차별에 주인공은 점점 무너지고, 한 번씩 생겨나는 조그마한 희망마저 주인공 형의 존재로 인해 꺾여간다.동시에 주인공과 형의 관계도 변해간다. 주인공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형이 벌인 강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살인. 그렇기에 처음 주인공은 형에게 원망 반 미안함 반의 감정을 지닌다. .. 2024. 4. 28. 이전 1 2 3 4 ··· 8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