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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녹나무의 파수꾼

by swswswswswsw 2022. 2. 7.

히가시노 게이고 작,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지뢰를 밟기 싫어 검증된 작가만 읽는 나쁜 버릇 탓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만 잔뜩 리뷰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각설하고, 작가의 최신작인 『녹나무의 파수꾼』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쓰며 꽤 재미를 보셨는지, 비슷한 분위기의 힐링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아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이 작품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책의 초반까지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조금 힘들었다. 극의 등장인물들이 일본어 이름을 가진 탓도 있겠지만, 글 초반부터 주인공의 배경 설정이 빠르게 지나가고,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며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등나무 사당으로 향하는 탓에 나에게는 템포가 조금 빠르게 느껴졌다. 이 문제점은 책을 읽다 보면 주/조연급 인물들이 3~4명으로 좁혀지고, 이야기의 배경 또한 등나무 사당 한 곳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시작하기에 자연스레 해결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야기 초반의 난해함은 언제나 책을 입문하기에 큰 허들이 되기에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야기 초반만 잘 넘기게 된다면 급격하게 이해되기 시작하는 쉬운 스토리와 이런저런 생각 할 필요 없이 명확한 미스테리 대상(등나무의 비밀)이 기다리고 있기에 글의 난이도는 쉬워지고 궁금증에서 오는 몰입감은 늘어난다. 큰 스포일러는 안 되겠지만, 노련한 작가가 쓴 글답게 글의 중간중간 무심코 넘어갈만한 복선도 철저히 깔아 두며 반전을 터트리기에 자칫 무난하게 흘러갈 수 있던 글을 꺾어 주게 되어 추리소설로서의 재미 또한 충분히 챙긴 글이다.

 

 뭔가 일본의 사당 하면 등나무가 생각나서 책을 읽으며 등나무의 이미지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는데, 독후감을 쓰며 녹나무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긴 나무여서 왜 이 나무를 선택한건지 굉장히 궁금했다.

조금 더 아는게 많다면 왜 녹나무를 선택하였는지 눈에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분야에 지식이 없어, 왜 많은 나무들 중 녹나무를 선택하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약간의 추측을 해 보자면, 극의 따뜻한 봄날의 밤 같은 분위기에는 지나치게 화려한 등나무보다 고요하고 푸르른 녹나무가 더 어울리기에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좌)녹나무와 (우)등나무. https://myplants.tistory.com/108, http://www.pokepoke.co.kr/archives/23059

글 내내 따뜻한 분위기가 맴돌아 자기 직전 마음 편히 읽기에는 최고의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따뜻하기만 한 가벼운 소설 또한 아니다. 추리소설의 거장인 작가가 쓴 글 답게, 처음부터 숨겨져 있던 등나무의 미스터리뿐만 아니라 글 사이사이 숨어있던 뜻밖의 반전이 돋보이던 재미있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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