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를 밟기 싫어 검증된 작가만 읽는 나쁜 버릇 탓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만 잔뜩 리뷰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각설하고, 작가의 최신작인 『녹나무의 파수꾼』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쓰며 꽤 재미를 보셨는지, 비슷한 분위기의 힐링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아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이 작품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책의 초반까지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조금 힘들었다. 극의 등장인물들이 일본어 이름을 가진 탓도 있겠지만, 글 초반부터 주인공의 배경 설정이 빠르게 지나가고,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며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등나무 사당으로 향하는 탓에 나에게는 템포가 조금 빠르게 느껴졌다. 이 문제점은 책을 읽다 보면 주/조연급 인물들이 3~4명으로 좁혀지고, 이야기의 배경 또한 등나무 사당 한 곳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시작하기에 자연스레 해결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야기 초반의 난해함은 언제나 책을 입문하기에 큰 허들이 되기에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야기 초반만 잘 넘기게 된다면 급격하게 이해되기 시작하는 쉬운 스토리와 이런저런 생각 할 필요 없이 명확한 미스테리 대상(등나무의 비밀)이 기다리고 있기에 글의 난이도는 쉬워지고 궁금증에서 오는 몰입감은 늘어난다. 큰 스포일러는 안 되겠지만, 노련한 작가가 쓴 글답게 글의 중간중간 무심코 넘어갈만한 복선도 철저히 깔아 두며 반전을 터트리기에 자칫 무난하게 흘러갈 수 있던 글을 꺾어 주게 되어 추리소설로서의 재미 또한 충분히 챙긴 글이다.
뭔가 일본의 사당 하면 등나무가 생각나서 책을 읽으며 등나무의 이미지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는데, 독후감을 쓰며 녹나무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긴 나무여서 왜 이 나무를 선택한건지 굉장히 궁금했다.
조금 더 아는게 많다면 왜 녹나무를 선택하였는지 눈에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분야에 지식이 없어, 왜 많은 나무들 중 녹나무를 선택하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약간의 추측을 해 보자면, 극의 따뜻한 봄날의 밤 같은 분위기에는 지나치게 화려한 등나무보다 고요하고 푸르른 녹나무가 더 어울리기에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글 내내 따뜻한 분위기가 맴돌아 자기 직전 마음 편히 읽기에는 최고의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따뜻하기만 한 가벼운 소설 또한 아니다. 추리소설의 거장인 작가가 쓴 글 답게, 처음부터 숨겨져 있던 등나무의 미스터리뿐만 아니라 글 사이사이 숨어있던 뜻밖의 반전이 돋보이던 재미있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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