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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라플라스의 마녀

by swswswswswsw 2022. 1. 15.

히가시노 게이고 작,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책들이 몇 권 있다.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있겠지만, 다른 대표작을 꼽는다면 『용의자 X의 헌신』과 더불어 바로 이 책인 『라플라스의 마녀』가 꼽힐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내가 읽은 추리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장르기 때문에 홈즈나 뤼팽과 같은 명작들은 대부분 읽어보았는데, 명탐정 코난과 같은 대표적인 추리물들이 기상천외한 살인사건들을 만들어내 비판을 받을 정도로 소재가 다 떨어진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본 작품은 글 자체의 재미 뿐만 아니라 굉장히 참신하고 새롭게 다가왔다. 

 이야기 초반은 해당 구성에 익숙하지 않을 사람이라면 살짝 어려울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멋대로 이름붙이자면 "나뭇가지형 서술방식"인데,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낱개의 이야기들이 사건이 진행되며 서서히 하나로 합쳐지는 방식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느껴 보았을 방식일텐데, 이러한 전개방식은 초반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기에 앞서 말하였듯 이해가 어려울 수 있지만 이야기가 서로 엮여갈수록 이해도가 급격히 늘어나 몰입도가 높아지며 등장인물 각각의 이야기가 더해지기에 소설이 밀도있고 풍성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본 소설의 경우 등장인물 한명 한명이 개성있기에 더욱 효과적인 서술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뭇가지형 서술방식. 글이 흐르며 각 이야기들이 합쳐진다.

 등장인물 이야기를 더 하자면, 흔히 보이는 평면적인 인물상이 보이지 않았다. "나쁘기 위해 태어난 악역"과 "성인군자 주인공"의 존재는 이야기 이해를 쉽게 만들고 빠른 재미를 주겠지만 그 작품을 명작의 반열에 올리기에는 지나치게 얕은 깊이감을 부여한다. 반면 본 작품의 경우 마땅한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개성과 철학을 가진 채 활약을 하며, 악역을 맡은 인물조차도 자신만의 일관된 철학을 가진 채 자기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점이 앞서 말한 서술방식과 결합하여 라플라스의 마녀라는 비현실적인 요소가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굉장히 사실감 넘치게 만들어준다.

 추리소설의 근본 또한 훌륭하게 챙긴 작품이다. 이야기 극 초반 토네이도에서부터 시작하여 여기저기 깔려있던 복선은 깔끔히 회수되었고, 추리소설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반전요소 또한 반전이 있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하며 읽었음에도 놀랐을 만큼 치밀하고 풍부하게 짜여 있었다. 또한, 라플라스의 마녀라는 비현실적 요소 하나만을 첨가하여 글의 참신함도 충분히 챙겨 낸 부족함 없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그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작가보다 똑똑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특히 추리소설에서는 이 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머리 좋게 짜 놓은 함정 대신 어떻게든 들키지만 않기 위해 말도 안되는 트릭을 숨겨놓은 소설들은 그 트릭들이 밝혀질 때 호기심 해결에서 오는 쾌감과 감탄 대신 불쾌함과 짜증만 가져오지만, 반대로 본 소설의 경우 마치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이런저런 어트랙션을 보러다니는 관광객과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의도대로 끌려다니다 감탄만 남기며 끝나버리게 된다. 

 더 나은 작품을 기대하며 별 5개를 비워두지만,  재미, 작품에 담긴 철학, 짜임새 모두 최고점을 받아내기 충분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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