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단편 이야기가 모아져 있는 옴니버스식 소설이다. 이 단편들은 평범한 사람이 일상을 보내던 중 특정 선택을 기점으로 불안과 긴장이 고조되며 결말까지 치닫게 되는 공통적인 흐름을 따르고 있다.
평범이라는 제목답게, 이 "특정 선택"이라는 것 또한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하거나 중요한 선택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생각 없이 하는 특별할 것 없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신선했다. 아침 출근길에 편의점 대신 분식집에서 김밥을 사기 위해 출근길 경로를 조금 바꾸는 정도의 아무것도 아닌, 그날 저녁만 되어도 까맣게 잊어버렸을 선택에서 출발하여 돌이킬 수 없는 결말로 향하는 형식인데, 이런 전개 과정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당장 나에게도 혹은 옆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될 만큼 자연스럽다.
작품에서의 등장인물 심리와 행동 등에 대한 묘사 또한 굉장히 사실적인데, 이 사실적인 느낌에서 오는 소름돋고 불쾌한 기분이 작품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려서 더욱 몰입된다.
나는 실제로 존재하는 또다른 세계에서 일어나는 단편적인 이야기를 카메라의 시선으로 잠깐 보고 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를 좋아한다. 쉽게 말해 작품의 개연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따지는데, 아바타와 인셉션 같은 영화들이 이 조건을 충족하여 재미있게 보았다. 이 작품 또한 비슷한 느낌이 들어 내 취향에 딱 들어맞아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평범"이라는 말이 다른 어떤 단어보다 제목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일상적인 삶을 사는 이웃에게 닥치는 비극을 옆에서 직접 보는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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