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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swswswswsw 2024. 5. 28. 11:35

피터 와츠 작, 김창규 옮김, 이지

 

SF 소설계의 대표 상 중 하나인 성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같은 수상작인 마션이나, 삼체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에 고른 소설이다. 

하지만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나 보다. 수많은 전문 용어들의 난립은 처음부터 소설의 몰입을 방해한다. 근미래를 다루는 배경은 그 근미래 사회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힘든데, 당연하게도 그 지식은 작가만이 가지고 있으니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책의 1/3 지점을 넘어갈 때까지 알 수 없었다. 더불어, 등장인물 개개인이 지나친 개성을 가지고 있기에, 각 등장인물을 이해하고 이야기에 빠져들 수 없었던 아쉬움이 남는다. 이야기의 전개 또한 주인공인 시리의 시점에서 현재와 회상을 반복하는데 역시 몰입을 방해하는 하나의 요소였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었던 이유는 이야기 중반 시작되는 외계 문명과의 접촉 때문이었다. 언어, 사고방식, 생김새, 심지어 생명의 유무까지 상대에 대한 모든 정보가 없는 두 문명이 접촉하여 발생하는 서로에 대한 이해 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게임 이론에 기반한 대응을 보이며,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검토되는 수많은 철학적 논쟁이 이야기의 흥미와 긴장을 더한다. 앞서 단점으로 꼽았던 수많은 전문 용어로도 표출된 작가의 지식수준이, 이렇게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장점으로도 표출된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 소설의 영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내가 상상했던 소설 속 장면과 다른 분위기로 표출될 때의 아쉬움, 영상화하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설 분량의 삭제 등등 의 사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어쩌면 지금껏 읽은 소설 중 유일하게 영상화가 기대되었다. 단점으로 꼽히던 수많은 전문 용어들과 시대적 배경은 영상으로 보게 된다면 충분히 해소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들 또한 더욱 이해하기 편리해 질 것이다. 상상으로 부족했던 로르샤흐와 우주의 모습 또한 영상을 활용한다면 더욱 웅장하게 표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삼체 같은 몇 세대에 걸친, 전 우주를 다루는 길고 넓은 서사를 영상화하기보다는, 우리 은하 수준의 작은(?) 스케일 내에서도 철학적인 긴장감을 이어가는 이 소설을 먼저 영상화했다면 어땠을까? 언젠간 이 소설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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