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바산장 살인사건
최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대히트를 쳐 판타지 힐링 소설 작가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추리소설로 훨씬 유명한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집필한 "~살인사건" 류의 추리소설,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이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설치한 함정을 피해 숨어있는 진범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며 읽는 방법과, 반대로 설치된 함정 하나하나에 순순히 걸려주며 작가가 준비한 반전을 감상하는 방법. 이 소설의 경우 두 번째 방법을 채택하였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생소해 중반까지도 살짝살짝 헷갈리는 외국소설의 경우엔 주로 이 방법으로 읽는데, 책 뒤를 자꾸 뒤적거리며 머리 아프게 읽지 않아도 되어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약스포)
책 첫 장에는 산장 단면도가 그려져 있는데, 그냥 패스했지만 읽는 데에는 아무 지장도 없었다. 줄거리는 여타 추리소설같이 살인사건의 여러 용의자 중에서 범인을 찾아내는 내용이지만, 여기에 산장 자체에 숨어있는 수수께끼를 추가하여 살인사건과 수수께끼 두 가지를 동시에 풀어나가게 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재미있던 점으로는 경찰이 무능하게(혹은 아무 역할 없이) 등장하는 다른 추리소설과 달리 사건 전개에 있어 상당 부분 일조한다는 점, 앞서 말했듯 살인사건과 수수께끼 두 이야기를 한 번에 풀어나가며 내용이 풍부해진다는 점이 있었다. 또한 후반에 몰아치는 여러 반전들이 초반부터 깔아온 복선들을 훌륭히 회수하며 이야기를 깔끔히 닫아준다는 점도 좋았다.
반면 소설의 재미를 많이 깎아먹었던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본 소설의 4년 후에 출판된 『가면 산장 살인사건』이라는 작가의 또 다른 추리소설이 있는데, 둘 중 한 소설을 먼저 읽어본 독자라면 다른 소설을 읽을 때 유사한 느낌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사건이 한 산장을 배경으로 진행된다는 점, 이야기 중반에 추가적인 사건이 벌어지며 사건이 급물살을 타는 점, 사건에서 수상하리만치 배제되어있던 사람이 결국 범인이었던 점 등 여러 유사점에서 진부함이 느껴졌고 심지어는 굳이 추리하지 않고 읽었음에도 중반부터 범인을 대강 눈치챌 수 있었다. 추가적으로 등장인물이 밀실 살인임을 자꾸 확인시켜주는 대목이 존재하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어 살짝씩 몰입을 깨버리는 것이 개인적인 아쉬운 점이었다.
총평하자면, 이름 있는 작가답게 필력이 출중해서 읽는 중간 뒷 내용이 헷갈리거나 하는 일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재미있는 추리소설이었다. 『가면 산장 살인사건』을 읽지 않고 읽었다면 훨씬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었고, 다음에 읽어볼 『용의자 X의 헌신』의 기대감을 더 높이게 되었다.
머더 구스까지 깔끔하게 번역하느라 고생했을 번역가의 삼중고에 감사하며 마친다.